나무로 대상을 조각하면서 나무의 재료적 특성에 집중한다. 다루기 어려운 재료는 우연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가진다. 여러 이파리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일일이 표현하기 어렵다면 그들을 하나의 덩어리로 묶어버린다. 나뭇잎들을 둔탁하게 묘사하면 그와 어울리게 커다란 평붓으로 두텁게 채색한다. 그러나 뚱뚱한 고양이를 표현한다면, 나무가 부러질 걱정은 덜었으니, 대상과 대상이 하나의 덩어리로서 표현하는 부분에 더욱 집중한다. 나는 나무로 표현된 대상들이 하나의 덩어리가 되는 과정에서, 내가 재료를 다루는 방식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기를 바란다.
이동훈
이동훈은 나무로 화병을 조각하고, 조각된 화병을 보고 그림을 그린다. 나무를 조금씩 깎아가며 형태를 찾고 색을 입혀가는 과정으로부터 즐거움을 찾아간다. 통나무 덩어리에서 대상의 형태를 찾아가며, 재료가 수용하는 범위 안에서 대상을 표현하고자 한다. 조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조형적 특징을 그림으로 나타내는 방식을 고민하며 그림을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