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형상의 지속적인 탐구는 전통을 계승하는 하나의 수단이자 장르다. 인간의 손에 의해 창조되는 미술이 인간의 형태를 띄거나, 주제 혹은 소재로써 탐구가 계속되고 잇다는 것은 우리 삶에 밀접하게 와닿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것일지 모른다. 앞서 언급한 ‘전통’, 지금 내가 감각하고 있는 자연스러운 전통은 무엇이며 그 출발지와 유입 경로는 현재 어디일까. 나라와 인종, 미술 등 공동체라는 함께 속한 범주 안에서는 공동으로 주입된 기억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재매개한 현재에선 손쉽게 전통과 역사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들을 습득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더욱 매몰되어 마치 직접 경험한 생경한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온다. 닿을 수 없는 것에서 오는 환상통을 겪는 당인으로서의 나는 조각가 류인의 작품을 참조 삼아 기억을 지배한 기록과 이식된 경험의 간극 속 시공간을 역 추적 해본다.
정성진
정성진은 실재와 가상의 구분이 사라진 흐름 속에서 물성을 기반으로 한 조각이 디지털, 미디어의 인식 전환을 통해 재 구축되는 방식을 만들어 나가며, 그 과정에서 모듈 시스템을 갖춘 부품들로 다양한 조합 방식과 해체를 통해 조각의 확장성을 실험한다. 과거에 머물러 있는 물리적 형태와 애니메이션의 세계관 속 이미지를 합성하여 물질과 비물질 사이에서 이질적인것의 이식이 초래 할 수 있는 형태를 상상해 본다. 이를 통해, 전통을 갱신하는 동시에 현재에 두드러지는 특질을 포착해 나가며 시대를 기록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