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은 스킨과 가벼운 부피로 이뤄진 <종이몸, 종이 얼굴>시리즈 조각들의 형상은 인간의 옷(몸)을 만드는 커브자에서 뽑아낸- 신체의 추상적인 동세를 가져와서 만든 구조로, 몸과 도형 사이에 머물면서, 무엇으로도 불려 질 수 있는 여유 공간을 만든다. 똥파리, 꽃사람, 이름이 없어서, 소프트헤드, 쌍둥이 .. 등 제목이자 이름이 붙은 덩어리들은 언제든 망가질 수 있는 연약한 물성인 종이 몸으로 자신의 부피를 기꺼이 지킨다. 여기에서 이름은 의미가 기거하는 육화된 덩어리로 존재한다. 사회적 구조와 그 속에서 경험한 마찰이 이형으로 돌출되어 물리적 신체성을 가지게되는 것이다. 똥파리와 소프트헤드(두피가 커지는 질병의 다른 별명), 꽃사람이 하나의 전시공간에 거리를 맞추어 서서 바라보는 장면은 미물과 불온한 것을 한데 호명하면서 빠르고 모든 살아있는 가치를 쉽게 삭제하는 지금의 세계를 옆으로 밀어둔다. 3.은 각각의 도면이 세 번씩 반복하며 얼굴과 몸에 세 갈래의 길을 만든다. 셋이 모이면 나라를 만든다. 내 코가 석자 벙어리 삼년 서당개의 삼년 구슬의 서말
황수연
황수연은 몇 년 전 생물학에 관한 책에서 영향을 받으며 그것이 만들기를 하는 것과 동일하다고 느꼈다. 창조자가 아니라 그 속에서 생활하는 작은 존재로. 환경에서 관계를 맺으며 서로에게 먹이, 적, 동료, 풍경이 되어가며 변화하며, 죽어가며, 다층의 시간에 존재하는 아름다고 가혹한 몸의 세계. 현재는 물질에 몸을 입힌다. 가변적인 시간에 존재하는 이형이자 물질로서의 종이몸은 각각의 표정으로, 서로의 삶 속에 낯선 생물로 등장하고 만나고, 퇴장하는 해학의 순간을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