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조 작업을 하느라 한 동안 본격적으로 만지지 못했던 석고를 다시 만났다. 뙤약볕에서 온 몸을 굴리며 요란히 깎는 돌과는 달리 선선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고요 속에서 갖는 석고와의 시간은 참으로 우아하더군. 정신 없이 몸이 가는 대로 붙이고 깎다보니 어느새 내가 매만진 덩어리들은 하나가 되어 나를 뾰족하게 노려보고 있었다.
홍기하
홍기하는 ‘조각’의 범위와 경계를 탐구하며, 조각 재료의 물성과 작가의 신체가 관계 맺을 때 나타나는 조형성을 찾아가고자 한다. 주요 개인전으로 《Vanilla II》(레인보우큐브, 2022), 《Solo》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 94/ 보안 1942, 2021) 등이 있으며, 《조각 여정: 오늘이 있기까지》(WESS, 2022), 《조소의 즐거움》(청년예술청 SAPY, 2022)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