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고 기지국
SUJANGGO Base Station

Introduction

«SUJANGGO.기지국»

수장고는 ‘작품이 성질을 잃지 않도록 보존하는 곳’을 말한다. 그렇다면 데이터가 된 작품은 어떻게 보존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서 시작한 SUJANGGO수장고는 데이터가 된 조각을 모은다. 3D스캔 방식으로 실물 조각을 데이터화한다. 유저들은 SUJANGGO수장고 웹사이트에서 보존된 조각 데이터를 다운받을 수 있으며, 다운받은 데이터를 일정한 조건 아래 변형시켜 2차 창작물을 만들고 유포할 수 있다. 인터넷 환경에서 원본이 여러 유저와 플랫폼 사이를 이리저리 떠돌며 새로운 맥락을 도출해 내듯이, SUJANGGO수장고는 데이터가 가진 복제와 공유의 특성을 이용하여 비물질적 매체의 체험 가능성을 찾는다.

세 번째 프로젝트 : «SUJANGGO.기지국»

2020년, SUJANGGO수장고는 조각 3D 데이터를 다운받을 수 있는 플랫폼을 열며 시작했다. 10명의 작가가 작품 16점을 공유하며 함께했고 2021년, 두 번째 프로젝트 «SUJANGGO.link»에서는 작가 4명의 조각 4점을 추가로 업데이트했다. 비평 웹사이트 abs와의 텍스트 협업으로 디지털 세계를 탐구하는 자리를 마련했으며, 유지원, 김솔이 기획자를 섭외하여 앱 플랫폼 Hidden Order에서 SUJANGGO수장고의 데이터를 사용하는 조건으로 새롭게 연결된 조각들로 내러티브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22년, 3번째 프로젝트 «SUJANGGO.기지국»은 물리적 공간에 수집된 조각 데이터를 모아 놓는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건을 일으킨다. 여기에서 유저는 하나의 네트워크가 되어 노드¹와 노드, 현실과 가상, 공급자와 사용자 사이를 연결하게 된다. 작품을 복제.배포.편집하며 이용자와 창작자, 그리고 관객으로서 작동한다. 우리의 행위를 전파하고 주체적 관람 방식의 기반을 세우는 ‘기지’인 이곳에서 SUJANGGO수장고의 영역을 형성하고 더 넓게 확장해 보자. «SUJANGGO.기지국»은 관객과 작품 사이에 다양한 관계망을 형성하고 물리적으로 접촉시킬 것이다.

물질과 데이터: 소유에서 경험으로

급변하는 기술 환경에 따라 물질적 소유 개념은 서비스를 통해 경험에 접속하는 개념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는 비물질 세계에서 ‘소유’ 개념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제 우리는 여러 가지 플랫폼을 월 결제로 구독하며 그 플랫폼의 서비스를 사용한다. 정보는 자유로워지길 원하며, 데이터는 더 많은 사람에게 유통되고 쓰일 때 가치가 커진다. 실질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이 거의 없어도 재생산이 가능한 지식과 인터넷 자원은 고갈될 수 있는 자원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SUJANGGO-수장고는 데이터가 자유롭게 떠돌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그 쓰임이 물리적 소유나 자본으로 가치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비물질 데이터만의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찾는다. 모든 것이 접속가능한 디지털 세상에서 SUJANGGO수장고는 데이터가 된 작품으로 다른 세상과 접속을 시도한다.

SUJANGGO수장고는 현재까지 38점의 작품을 데이터화했다. 조각 3D 데이터가 물질 세계와 비물질 세계를 이어주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내길 기대한다. 그리고 훗날 가상 세계가 현실 세계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만큼 기술이 발달한 뒤에 열릴 감각의 확장을 상상한다. SUJANGGO수장고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사건들은 우리의 신체와 화면 뒤에 입력된 데이터를 접촉시키며 웹 상으로 퍼져나갈 것이다.

1. 데이터 통신망에서, 데이터를 전송하는 통로에 접속되는 하나 이상의 기능 단위. 주로 통신망의 분기점이나 단말기의 접속점을 이른다.